사실 이건 아이들마다 정말 다르다.
어떤 아이는 이런 증상이 없는데 자폐인 경우도 있고, 어떤 아이는 이런 증상이 있는데 보통 아이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내가 찾아보고 경험한 많이 알려진 증상들을 이야기해 보겠다.
- 까치발로 걷기가 가장 많이 이야기 나오는 증상 아닐까 싶다. 우리 아이는 까치발로 걷는 경우는 없었지만 내가 본 자폐아 아이들은 까치발로 걷는 경우가 종 종 있었다.
- 손을 끌고 간다. 아빠 나 이거 해줘. 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나의 손을 이끌고 간다. 어딜 가던지? 아니면 뭐가 필요하든지 간에 나의 아들은 내 손을 이끌고 간다. "네가 해봐.", "아빠 나 이거 해줘."라고 말해보라고 가르치지만 아직은 소용이 없다.
- 음식을 가린다. 아이들은 다 편식을 해요. 라고 하지만 이건 편식의 수준이 아니다. 절대적으로 자기가 먹는 것만 먹는다. 심각한 경우는 정말 딱 한 가지 음식만 먹는다. 음식의 종류가 문제가 아니라 음식의 질감과 느낌 문제인듯 싶다. 우리 아들의 경우는 아주 심한 경우는 아니지만 밥은 무조건 국에 말아서만 먹는다. 고기가 들어 있거나 (특히 닭고기) 푸른 채소가 들어 있으면 먹지 않는다. 먹기 전에 냄새로 우선 검사를 하고 자기가 싫어하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면 우선 먹여 볼 수 있다. 처음 도전하는 음식은 헛구역질을 몇 번 하지만 입맛에 맞는다 싶으면 아주 많이 먹는다. (4살 때 이미 25킬로를 넘어서 옷 사이즈를 130을 입었다. 물론 또래보다 키도 크긴 하지만...) 간식은 "후렌치 프라이"와 "마리"라는 비스킷만 먹는데 대충 맛은 "고급진 건빵" 맛이다.
- 장난감을 돌리거나 줄을 세운다. 이건 일반 아이들도 이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이걸 특징이라고 보기는 쉽지 않은 거 같지만 사실 여기에 굉장히 집착을 한다. 모든 걸 돌려봐야 하고 모든걸 줄 세워 봐야 한다. 우리 아들도 뭔가 빙글빙글 도는걸 아주 많이 좋아한다.
- 위험이나 아픔등의 인지를 잘하지 못한다. 이 부분은 좀 위험하다. 아이는 높은 곳에서 뛰거나 내려다보거나 이런 것에 위험성을 느끼지 못한다. '자동차가 지나가면 아빠한테 붙어 있어야 해'라고 수년간 가르쳐서 이제는 차가 다가오면 나에게 오지만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가는 순간 그 자동차의 뒷모습이라던지 바퀴를 보기 위해서 막 달려 나간다. 그다음에 차가 오거나 이런 걸 인지하지 못한다. "다쳐 보면 아이들은 약아진다"라고 하지만 자폐아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그냥 그때 다친 것뿐이다. 3살 때 넘어져서 전신마취를 하고 입술을 꿰맨 적이 있지만, 전혀 바뀌지 않는다. 꿰맨 상처가 무척이나 아팠을 텐데, 그 아픔은 크게 불편함으로 다가오지 않는 듯했다. 내 경험상 아이들이 어려서 '낯을 잘 안 가리거나 통증, 어두운 방에 혼자 있어도 잘 울지 않는다' 라면 자폐의 증상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 같다.
- 놀라운 학습능력과 반대되는 언어, 신체능력. 자폐아 친구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경증, 즉 경계면에 있는 아이들은 이런 경우가 있어서 말씀드리는 거다. 예를 들자면 우리 아들은 학습 능력에 대해서는 천재 소리를 듣는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숫자, 알파벳, 도형, 색깔 이런 학습적인 부분에 있어서 엄청난 관심을 갖는다. 3살 때 글을 읽는 수준이 거의 6~7세에 맞먹는다는 판단을 받았다. 요즘은 "피아노 치기"와 "스페인 어"에 관심이 많다. 자기가 보는 애니메이션 대사를 그대로 외워서 줄줄이 말할 수는 있지만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아폴로 13호에 관심이 많다고 치자. 거기에 관한 모든 걸 그대로 외울 수는 있는데, 그게 일상 대화에 사용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것과 비슷하다. 5살이 되어서야 하기 시작한 말이 "나 배고파. 밥 먹고 싶어."이다. 그리고 "예스"와 "노"를 말하기 시작했다. 2살 때부터 가르치기 시작한 킥보드는 타는데 2년 이상 걸려서 4살이 되어서 타기 시작했고, 아직 공을 던지거나 발로 차거나 이런 동작들은 하지 못한다. 펜을 잡길 싫어해서 알파벳 퍼즐로 스펠링에 맞춰서 나열은 하지만 본인이 쓰지는 못한다. 글자, 숫자, 도형 등 본인이 아무리 관심이 있는 분야라도 펜으로 그리거나 쓰길 싫어한다. 사실 펜도 제대로 잡을 수 없다.
- 윙크와 사선으로 보기. 우리 아들은 윙크를 참 좋아한다 고 생각했는데 아들과 같이 유치원 다니던 다른 자폐아 아이도 똑같더라. 윙크를 하고 째려보는 건 아니지만 뭔가 각이 틀어진 시선으로 물건이나 사람을 쳐다보길 좋아한다.
- 손을 나풀거리기. 우리 아들은 손을 나풀거리진 않는다. 하지만 양손은 눈앞에 두고 좌우로 수도꼭지를 열듯이 돌리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말했듯이 우리 아들은 나풀거리지는 않는다.
- 달려갔다가 달려오기. 아무 의미도 없다. 하지만 뭔가 신나거나 재미있으면 달려갔다가 달려오는 듯싶다. 그런데 밖에서 이러는 경우들이 있다. 주변에 뭐가 오든 말든 상관을 안 하니까 외부에 나가서는 좀 위험할 수 있다.
- 갑자기 물건 집어던지기. 그렇게 던진 장난감에 맞아서 망가진 55인치 티브이가 두 개이고, 던져서 망가진 아이패드가 3개... 재미있게 잘 놀다가 뭔가 흥분하면 던지는 거 같은데,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 폭력적인 성향 및 자해하기. 일반 아이들도 종종 그런 경우는 있지만 그런 경우에는 본인이 아픈 걸 알기 때문에 '살살' 하거나 안 아픈 곳을 찾아서 받는다. 하지만 자폐가 있는 아이는 아니다. 머리에 혹이 나도록 땅에 들이받은 적도 있다. 대신 점점 크면서 들이받는 횟수는 좀 줄어들었다. 폭력적인 성향도 아주 오랜 기간 가르치고는 있지만, 본인이 뭔가 화가 나면 주변 사람의 머리를 잡아당기거나, 깨물고 꼬집는 경향이 있다. 우리 아들은 이것 때문에 유치원을 옮긴 적이 있다.
- 무엇을 가리키거나 누구를 부르지 않는다. 누구를 부르는 일이 없다. "아빠 나 배고파"라고 이야기할법도 하지만 "나 배고파" 라고 이야기 할 뿐이지 아빠라는 말은 잘 하지 않는다. 그러니 대화가 연결 되거나 이루어지지 않는다. 본인이 원하는 걸 간단 명료하게 이야기 할 뿐이다. 오랜 기간 언어 치료와 행동 치료를 해서 요즘은 "기차를 원해요"라고 말을 하기도 하지만 "저거 주세요" 라던지 "저게 필요해요"라는 식의 말은 하지 않을뿐더러 손가락으로 가리키지도 않는다.
- 호명반응과 눈 맞춤. 아마 이게 가장 널리 알려진 증상이 아닐까 싶다. 불러도 쳐다보지 않고,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하지 않는다. 정말 많은 훈련을 통해서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아빠는 종종 쳐다보지만 다른 사람들은 쳐다봐 주지 않는다.
뭐 이외에도 정말 많은 증상들이 있지만 지금은 생각 나는 대표적인 몇 가지만 적었다. 아이에 따라서 다 다른 정도와 증상을 보일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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