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새로운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한 지 3일째가 됐다.
첫 번째 유치원에서 선생을 깨물고 때려서 쫓겨났고, 두 번째 유치원은 특수학교 병설 유치원을 보냈었다.
특수 학교가 양날의 검인게 특수학교에서는 대부분의 학생이 중증의 아이들이고 그들을 통해서 보고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장점은 선생들이 '이해와 배려심' 으로 무장이 되어 있고, 특수 교육에 대한 사명감으로 불타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사실 특수학교 선생들의 그런 노고에 대해 정말 감사했지만, 다른 아이들과의 관계가 개선될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게 이 유치원을 떠난 이유가 됐다. 같은 이유로 내 아들의 행동발달 전문의도 아이를 일반 유치원을 보내길 원했다. 의사는 아이가 '경계면'에 있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크다'라는 말을 했다. '발전 가능성이 크다.'라는 그 한마디가 부모에게 주는 파급력이 어마어마하다. 모든 자폐아를 갖은 부모들은 '내 자식이 보통아이들처럼' 살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라면 나의 모든걸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 아들의 유치원은 굉장히 일찍 시작한다. 아침 7시 반에 수업이 시작되고 오후 2시 반에 끝난다. 집에서 유치원까지 거리는 대략 40Km 정도... 난 5시에 일어나서 씻고 5시 반에 아이를 깨워 유치원에 갈 준비를 한다. (사실 우리 집이 멀어서 특수학교 병설 유치원도 그만큼 떨어져 있었다.) 6시가 되면 집을 나선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리고 가는 길에 아들이 부르는 노래를 같이 따라 부르고 의미 없는 문답에 "아 진짜? 아빠는 몰랐어."라고 대화(?)를 하면서 대략 한 시간 정도를 운전해서 유치원을 간다. 유치원에 도착하고 우리 아들을 1대 1로 캐어해 주는 서포터 선생님 손에 아이를 맡긴다. "아빠는 밖에서 기다릴게."라고 말하면 아들은 "바이바이" 하고 선생을 따라 교실로 들어간다. "아빠는 밖에서 기다릴게."라는 말을 꼭 들어야 한다. 아이의 루틴인 것이다. 자폐아 아이는 이런 루틴에서 벗어나는 걸 굉장히 싫어할 수도 있다. 이게 아이를 데리고 새로운 곳을 가거나 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다. 그나마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아빠와 함께' 라는 것으로 달래 주는 것일 뿐....
아이가 나와 떨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대략 반년쯤 걸렸다. 첫 번째 유치원에서도 한 3개월, 두 번째 유치원에서도 한 3개월. 그동안 나는 아이와 함께 유치원 수업을 들었고, 보조 교사로서 선생들의 환심을 샀다. 밖에서 기다린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그 말을 하면 아빠와 떨어져야 한다는 걸 아이는 알게 되었다. 조금씩 익숙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게 자폐아 교육의 키 포인트다.
아이가 교실에 들어가면 오후 2시 반까지 나는 시간을 때워야 한다. 그럼 다시 40Km를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와서 해야 할 일들을 한다. 아이의 유치원이 끝날 때가 되면 다시 유치원으로 운전을 하고 가는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에 3일은 학교가 끝나고 나서 치료 센터를 간다. 언어, 행동 발달, 언어와 행동 발달을 같이 하는 치료... 그동안 나는 다시 시간을 때운다. 대부분은 차 안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게 다이다.
그리고 모든 일정이 끝나면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치료센터 일정이 없는 경우는 집에 와서 아이를 데리고 동네 한 바퀴를 걷는다.
아이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자폐아 아이들은 몸을 움직이는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경우들이 많아서 운동 부족인 경우가 태반이다. 동네 한 바퀴를 걷는 루틴을 만들기 위해서 걸린 시간은 2년 이상... 아이와 얼마나 많은 실랑이가 있었고, 아이에게 물리고 꼬집히고를 반복했는지 모른다. 그래도 아이는 자기 기분이 내키지 않으면 밖에 나가지 않으려고 한다.
오늘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줄 때였다 "아빠가 밖에서 기다릴게."라고 말했을 때 아이는 "안돼"라고 대답했었다. 그리고는 굉장히 슬픈 얼굴을 하고 교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집에 왔을 때 유치원에서 이메일 한통이 왔다.
"당신의 아이가 선생을 깨물고 때리고 꼬집었습니다.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내가 지금 다시 학교로 달려가야 할까? 아냐 그러면 아이는 나를 보고 나를 따라나선다고 생떼를 부리겠지. 우선 학교에서 생긴 일이니 학교에서 진정시키도록 기다리자. 아이가 끝나는 시간에 가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야지.'라고 마음먹는다.
이와 비슷한 사건이 한국에도 있었다. 아이는 자폐의 경계면에 있는 아이였어서, 아이의 부모는 아이를 일반 학교에 보냈다. 많은 자폐아 아이들이 옷 입는 걸 싫어하는 경향이 있고, 이 아이는 교실에서 옷을 벗었다. 결과적으로 그 아이는 특수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다른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하면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야지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아이가 경계면에 있어서 특수학교에서는 배우는 게 많지 않아요. 일반아이들 사이에서 배우게 해 주실 수 없을까요?"라는 변명 따위도 통하지 않는다. 정말 다른 부모들의 '자비'를 바라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같은 부모? 아니다. 자폐아의 부모는 같은 위치가 될 수 없다. 내 아들처럼 폭력적인 성향이 있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은 시한폭탄과 같다. 아이가 어느 부분에서 "Tantrum"(기분이 나쁜, 화가 난 기분 이란 뜻으로 한국식 전문용어는 모르지만 자폐아가 갑자기 변하는 순간을 뜻한다)을 보이는지 집에서는 알 수 있지만, 그게 사회에서 생활하면서 모든 이가 고려해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떤 아이는 '큰 소리'에 반응을 할 수도 있고, 어떤 아이는 '반짝이는 불빛'에 반응할 수도 있다. 우리 아들 같은 경우는 그런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본인이 하고 싶은 일'등을 제지당하면 tantrum 탄트럼을 보인다. 특히나 자기가 어디를 가고 싶을 때 못 가게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조금씩 익숙하게 만들고 조금씩 다른 사람들 말에 따라야 한다는 걸 가르쳐 나가야 하는 게 나의 의무이자 숙제이고, 그게 안 됐을 경우는 그냥 아빠가 대신 욕 좀 얻어먹으면 된다.
마음을 편하게 먹어라. 이 아이를 가르치는 일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사실 평생가도 못 가르칠 수도 있다. 지금 당장 "왜 못해? 아빠가 가르쳐 줬잖아. 몇 번을 이야기해 줬니?" 하고 몇 년을 다그쳐 봐야 아이는 변하지 않는다 는 걸 깨달았다. 내가 급하게 가고 싶어도 안 되는 일이 자폐아를 가르치는 일이다.
또 어느 정도 귀를 닫아야 할 필요가 있다. 주변에서 모든 사람들이 "좋아질 거야. 노력하면 좋아져. 애는 나아질 수 있어"라는 희망에 가득 찬 메시지를 말한다. 감사하다. 정말 정말 감사하고 고맙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이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노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고 한다. 그래 거짓말을 하진 않지만 나의 노력의 크기에 비해서 돌아오는 게 작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아이가 그리 발전하지 못했다면 그건 부모인 내가 잘 못 가르친 건가? 내가 노력하지 않은 건가?
내가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 버리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난 주변 친한 지인들에게는 제발 좋아질 거란 말을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다.
"당신이 정말 나와 아이를 걱정한다면 아이가 좋아지거나 안 좋아지거나 그대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 물론 좋아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좋아지지 않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냥 좋아졌다면 좋아진 거에 대해서 같이 기뻐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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