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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아의 부모되기

자폐아의 부모 (예상치도 못했던 '정말' 힘든 부모 되기)

어떤 형태로던지 육아는 항상 힘들고 피곤하다.

울고 불고 땡깡 부리고...

하지만 자폐아의 부모는 솔직히 '육아가 힘들다'는 말을 이해는 하지만 공감은 할 수 없다. 

 

"말로 잘 타이르세요.", "잘 설명해 주고 반복시키세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육아 방법이다. 이건 자폐아를 키우는 것도 비슷하다. 다른 게 있다면 좀 더 (?) 많이... 그래 수도 없이 많이 반복을 해야 하고 '언제 끝날지 모른다' 것이 다를 뿐이다. 이게 사람을 잡는 거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아이 혹은 나 자신과의 싸움....

 

간단히 기저귀를 떼는 훈련을 생각해 보자. 아이가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기저귀가 귀찮아진다. 덥고 습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을 거다. 그럼 약간의 가르침만 있다면 자연스럽게 기저귀를 뗀다. 그 이후에 실수하는 건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거니까 이건 논외 대상이다.

 

하지만 자폐가 있는 아이들은 좀 다르다. 만 5살인 내 아들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내 아들은 만 2살에 만난 아동 발달 전문가가 자폐를 이야기했고, 4살에 자폐 확진을 받았다. 그래도 "High functioning" (경증)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지만 자폐가 없는 건 아니다.

아이가 만 3살이 되기 전에 기저귀 훈련을 시작했다. 4살이 되면서 응가가 마려우면 "뿝뿝" (Poop, Poop)이라고 말을 했다. 그런데 오줌이 마려운 건? 5살이 된 지금 말을 하지 않고 그냥 화장실로 간다. 그리고 누군가 도와주길 기다리다가 바지에다가 그냥 싼다. 그러니까 누군가는 지켜보고 있다가 아이가 말없이 화장실을 간다? 바로 알아차리고 따라가야 하는 거다. 

물론 집에서는 이게 캐어가 가능하다. 하지만 밖에 나간다면? 아이는 화장실을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Do you want to wee wee? (오줌 눌래?)라는 질문에 Don't wee wee라고 답변을 한다. 하지만 정작 화장실을 데리고 가서 바지를 내리면 급하게 오줌을 누면서 속옷과 바지를 적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의 3년을 가르쳤지만 아이의 배변 훈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 아들이 화장실을 가서 바지를 벗고 오줌을 누는 그 순간이 올까? 오긴 오겠지??

'언젠가는 좋아지겠지.' 그 언젠가라는 희망 하나만 갖고 똑같은 것을 가르치고 또 가르친다. 반복에 반복을 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1년, 2년... 반복되는 일상에 부모는 지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모니까!! 내 사랑하는 자식이니까!!

다시 마음을 고쳐 먹고 아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화장실 가고 싶으면 아빠한테 "아빠 나 쉬아 마려."라고 이야기해야 해!!"라고 말해준다. 그럼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빠 나 쉬아 마려."라고 말을 따라 한다. 하지만 다음번은 또 똑같은 반복일 뿐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서점을 가보라. 육아에 관련된 책들이 수백 권이 있고 인터넷 검색창에 '자폐아'만 검색해도 자폐아를 키우는 법이나 관련된 글이 엄청 나온다. 

그래 이렇게 키우는 거지. 하지만 그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지쳐서 바닥에 주저앉아 있고, 아이가 잠들고 나면 그걸 지켜보다가 혼자 눈물을 훔치는 부모들의 마음은? 길거리에서 뛰어노는 내 자식 또래의 아이들만 봐도 가슴이 먹먹해지고 기분이 가라앉는 부모들의 마음은? 내 자식보다 단 하루만 더 살고 싶다고 말하는 그 부모들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내가 그 부모들 모두를 대변할 수 없다. 우리 아이와 다른 환경이나 다른 증상의 아이들은 난 어떻게 캐어 해야 하는지,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 모른다. 건방지게 '난 당신을 이해합니다' 라던지 '당신은 이렇게 해야 합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쓰는 글이 아니다.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자폐아를 키우는 부모들은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거다. 

우리 아들이 다니던 특수학교에 가보면 부모 얼굴에서 밝은 표정은 절대 찾기 힘들다. 다들 찌들었다. 힘들고 지치고 너무나도 포기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삶이니까...

그런 것들을 서로 나눌 공간이 없기 때문에 이 글을 쓰는 거다.  나 조차도 어디다 하소연할 곳이 없다. 그냥 쏟아 놓을 곳이 필요하고 그 쏟아 놓은 것들을 들여다보면서 '아 이런 부분이 정말 힘들겠구나.' 하고 알아줬으면 좋겠어서 쓰는 글일 뿐이다. '자식을 열과 성의를 다해서 키우는 게 당연하지.'라고 생각하신다면 죄송하지만 '뒤로 가기'를 눌러 주시라.... 난 '열과 성의를 다하지만 가장 기본 적인 것조차 따라와 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아이'를 바라봐야 하는 부모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을 뿐이다.

 

이 글은 그런 부모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서로 힘듦을 공유하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