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가 있는 아이들은 그 아이들마다 정말 수도 없이 많은 다른 증상을 보인다. 우리 아들이 그나마 굉장히 경증에 가깝다.
특히나 중증인 아이들과 좀 차이 나는 부분이 언어적인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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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가 있는 아이들 중에 말을 아예 못하거나 “우어어어” 같은 소리만 낼 수 있는 아이들이 있기도 하고, 거기에 간단한 단어들을 조금씩 섞어서 할 수 있는 아이들이 있기도 하다.
우리 아들은 기본적으로 말을 할 수 있다. 글을 읽을 수도 있다. 아이들이 읽는 이야기책 정도는 자기 혼자서도 다 읽어 낼 수 있을 정도로 읽기에 강점이 있다. 내가 종종 그 책들 읽어 보는데 영어를 잘 못하는 나로서는 사전을 찾아보는 일이 종종 있다. 내가 영어를 잘 못해서 안 좋은 점은 아이에게 다채로운 언어 표현을 보여 줄 수 없다는 거라 아이가 언어나 인간관계가 엮인 영상 등을 볼 때면 나도 같이 집중해서 보게 된다. 특히나 세서미 스트리트 등에서 인형이 아닌 사람이 나오는 경우, 그들의 반응이 어떤지, 그들은 어떻게 이야기해 주는지를 유심히 보는 편이다. 아빠가 영어를 쓰는 다른 아빠들처럼 유창하지 못함을 미안해하면서...
유치원에서 선생들이 “김치의 읽기 능력은 자기 또래 아이들 보다 뛰어납니다. 읽기 수업을 포함한 몇몇 수업은 가장 뛰어난 아이들 클래스로 들어가서 포텐셜을 다 보일 수 있게 해야겠어요.“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국제 학교는 아이들마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아이들이 있기도 하기 때문에 선생들은 아이들의 언어 능력을 굉장히 세밀하게 평가한다.)
하지만 아이가 학문적인 성과를 보이는 것과 말을 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드라마에서는 우영우가 고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아무 의미도 없고 아무도 관심은 없지만 고래의 종류나 크기 습성들을 중얼거리는 거다. 이게 자폐를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서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인데 사실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본인의 기분 순환을 하는 장치 정도로 보인다.
우리 아들은 그런 장치로써 자기가 본 만화에 나오는 노래나 대사들을 따라 한다. 그리고 그 대사를 약간 변화해서 나에게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니 이게 대사를 따라 하는 건지, 아니면 나에게 말을 하는 건지를 항상 유심히 들어야 한다. 아이와 한 5년간 같은 만화를 같이 보다 보니 이 대사가 어디 어느 장면에 나오는 건지 빨리빨리 캐치해서 응대를 해주는 아빠를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 없긴 하다.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인이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다. 사람들에게 말을 하는 것보다 본인이 행동하는 것을 더 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 내가 필리핀에서 살면서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인 ‘너한테 말을 하느니 내가 하고 말지’라는 것과 비슷한 이유일까?
평상시에는 아들이 원하거나 원할 만한 걸 빨리 캐치를 해서 먼저 물어본다. "맥도날드 가서 프렌치 프라이 사줄까?" 자기가 원하면 그 말을 따라 한다. 그리고 맥도날드 드라이브 쓰루에서 봤던 단어들을 나열하기 시작한다. "1. Order here, 2. Pay here, 3. Pick up here. Let's go to Mcdonald, Okay?"
좀 독특한 대화 방법이지만 이렇게라도 상호 간에 소통이 되는 방법이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뭐 물론 그때만 따라 하지만 그렇게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어딘가? 말을 한마디도 하기 싫은 아이도 있는데...
그리고 굉장히 드물지만 자기가 원하는 바를 조금씩 단어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Apple juice","Don't sing daddy!!"... 다른 사람한테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진짜 곧잘 한다. 아이가 단어만 이야기하는 경우는 아이가 전체의 문장을 다 이야기하도록 유도를 해 준다. 몇 번 반복을 하더라도 원하는 바를 문장으로 다 이야기할 때까지 도와주지 않는다. 아이에게 기다리는 것을 가르칠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하면서...
이렇게 자기를 표현하기 힘든 아이들을 키우는 게 왜 힘드냐면, 아이가 배가 고픈지, 목이 마른지, 아니면 어디가 아픈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는 거다. 그리고 또 아이는 아픔과 무서움에 덜 민감하다. 부주의하게 움직이다가 항상 어딘가에 부딪힌다. 그리고 그걸 아프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한번은 입술이 찢어져서 2~3바늘을 꿰맨 적이 있었지만 그 아픔을 아프다고 표현하지 않더라...
그만큼 아이를 돌보는 사람은 아이의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부모들은 다 그렇지만 이런 아이를 키우는 경우는 정말 작은 행동이나 변화도 눈치채야 한다. 이런 변화들은 엄마와 아빠가 느끼는 게 다르기 때문에 부모는 두 명 모두 항상 아이 레이다를 켜고 있어야 한다. 물론 우리 아이가 첫째라서 그럴 수도 있다고 할 순 있지만 자기를 표현할 줄 아는 아이와 아닌 아이는 어쩔 수 없이 다른 거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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