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민감하고 고민스러운 주제를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바로 스크린 타임에 관한 이야기다. 많은 전문가들은 아이가 핸드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기기에 노출되는 것을 독처럼 이야기한다. 그래서 수많은 부모들이 그것을 ‘죄악‘처럼 받아들이는 것이겠지.
아이패드가 구세주가 되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사실 봐서 안 좋다는 연구는 수만 가지가 있다면 봐도 좋다는 연구는 거의 전무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보는 것이 안 좋은 것은 맞는 거 같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면서 그런 거 없이 어떻게 키울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나도 없이 자라긴 했지만....)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특수 학교에서조차도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노트북이나 아이패드 등을 이용하기도 하고 유튜브에 나오는 노래를 틀어 놓고 아이들과 율동을 한다. 그런데도 무조건 안된다고만 할 수 있는 것인가 궁금하다. 거기다 일반 아이가 아니라 자폐가 있는 아이라면 솔직히 아이가 아이패드를 보는 그 시간이 부모에게는 정말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일반 아이들처럼 혼자 혹은 친구들과 놀지 못하는 아이를 하루 종일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부모의 입장을 한번 생각해 보자. 종종 일반 아이를 키우는 부모도 육아 우울증이 온다고 하는데 자폐를 갖고 있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멘탈이 정상일 리 없다는 거다.
시킨 것을 대충이라도 따라 할 수 있고 하지 말라고 하거나 내가 화가 난 것을 알고 눈치를 볼 정도의 하이펑셔닝, 즉 고 기능성 자폐를 갖고 있는 아이 (즉 내 아들 같은 경우)는 어찌 보면 양반일 수도 있다. 내가 봤던 중증 아이들은 정말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또 이런 고기능성 자폐를 갖고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의 일반적인 아이들처럼 훈육자의 한계를 시험한다. 화를 내는 선이 어디 인가? 어디까지가 허용된 한계이고 어디까지가 아빠가 하지 말라고 하는 단계인가?? 다만 다른게 있다면 그 테스트가 끝이 나질 않는다. 무한 반복을 한다. 왜냐면 우리 아들은 뭔가를 반복하는 행위를 할 때가 있다. 유튜브에서 같은 영상 같은 음악 같은 부분을 무한적으로 반복하는 거다. 아이패드를 던진다? 특정 영상을 보다가 특정 부분이 되면 아이패드를 던지거나 주변 장난감들을 와르르 쓰러뜨려야 한다. 하지 마! 그건 좋지 않은 행동이야.라고 백번 천 번 설명을 해주지만 다음번 그 상황이 되면 여지없이 또 아이패드를 던진다. 꼭 손톱 물어뜯는 버릇은 고칠 수 없는 것처럼 무한히 반복되는 인내심 테스트이다.
아이의 손톱을 잘라줘 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런 테스트를 몇 년간 받다 보면 아이에게 24시간 아이패드를 던져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니 주변 사람들은 이걸 준다고 뭐라고 할 수도 없고, 항상 주지 않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라는 걸 공감해 줘야 한다. 아이는 아이패드를 통해 정말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들을 예습 복습을 하기도 하고 부모의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유일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이것 해보자 저것 해보자 열의를 갖고 도전은 하지만 수년간 거부 당하다 보면 정말 만사 다 때려치우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손으로 만지고 몸을 쓰고 그러는 것 하나하나가 다 아이에 발달에 좋다고는 하지만 그런 것들을 하길 좋아하는 아이라면 문제가 되지도 않았을거다. 계속 노력하면 좋아진다고는 하지만 정말로 되는 아이가 있고 안되는 아이도 있는 거다. 좋아진다는 믿음을 갖고 무한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러면 네가 키워 보던가”라고 면상에다 소리 질러 주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일 거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부모 본인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글씨 써볼까?” “I don't wanna write.” “그림 그려 볼까?”“ I don't wanna draw”“ 같이 책 읽을까?”“ I don't wanna read a book”.... 그래도 몇 년간 고생한 끝에 우리 아들은 하기 싫다고 엉엉 울면서 대충 하는 시늉이라도 한다. 왜냐면 수년간 이런 것들로 아빠의 한계 테스트를 해 왔기 때문이다. 이것을 한두 시간 시킬 수는 없다. 길어야 5분 10분이다. 그러면 나머지 시간은 또 다른 놀이를 찾는다? 아이와 한나절 이상을 붙어사는데 5분, 10분 단위로 액티비티를 준비하라고??
1년 365일 몇 년이 될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서???
그래서 궁여 직책으로 생각한 것은 아이와 씨름을 오래 한다. 말싸움이든 설득이든 오래 한다. 그리고 “네가 이걸하면 아이패드 10분 보여 줄게. 15분 보여 줄게 하는 거다.” 그리고 하루에 한 번 한 시간 이상 연속 시청을 보장해 준다.
내가 아이였을 때 만화를 한 시간만 딱 보고 갑자기 일어날 때 그 도중에 똥 끊은 기분을 덜 느끼게 해 주기 위해서 친절하게(?) 끝나기 5분 전에 알림을 준다. 1분 남았을 때도 알림을 준다. 끝나면 끝났으니까 아빠한테 돌려줘라고 이야기하면 우리 아들은 거의 바로 돌려준다. 아이패드에 관해서는 안 돌려준다고 생떼 부리는 게 아빠한테는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스크린 타임이 독이라는 명제로 다시 돌아간다면 난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적어도 나에게는 단비와 같은 시간이고 아이에게는 가장 흥미를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니까...
다만 어떻게 끊어야 하는지? 하루에 얼마나 보여 줘야 하는지는 다들 고민을 해봐야 하는 문제일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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