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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아의 부모되기

아... 내가 잘못했다.

넷플릭스에 “이벨린의 대범한 인생” 이란 다큐가 얼마 전에 소개가 됐다. 젊어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즐겨 한 와우저로써 이 게임이 소재가 된 다큐라니까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다큐는 뒤센이라는 희귀 불치병을 앓는 아이가 죽기 전 10년 동안 게임에 매진했던 이야기였고, 그 아이의 행적이 게임 내에도 그리고 본인이 운영했던 블로그에 남아 있어서 그것들을 기반으로 해서 재 구성한 다큐였다.

아이가 언젠가는 죽을 거라는 것을 알고 아이가 점점 약해지는 것을 바라보는 부모들로 시작한 다큐를 보는 내내 나는 눈물과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처음에는 이 부모들의 마음이 얼마나 괴로울까를 공감하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아이가 게임을 시작하고 그 게임 안에서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가지며 즐거워하고 아파하는 모습을 보는 내내 나의 정신은 멍해졌다.

물론 아이의 장애는 신체적인 것이었을 뿐이지만 이 아이의 진짜 고민은 자기가 무 쓸모 한 인간으로 죽을 거란 걱정이었다고 한다.

나는 이 블로그를 시작할 때 “자아 봐라. 내가 얼마나 힘든지!! 자폐아의 부모가 얼마나 힘든지!!”라는 마음으로 글을 적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블로그 내의 글들은 절망적이고 암울한 이야기밖에 없다. 그런데 먼 훗날 내 블로그를 내 아들이 읽게 된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었나?? 내 아들은 무슨 고민을 하면서 사는지 한 번이라도 깊게 생각해 본 적 있었나??

내 아들이 나의 글을 읽게 되면 본인이 아빠에게 힘든 고난의 삶을 살게 했다고 생각하게 될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게 아닌 것을 증명하고 싶어졌다. 물론 물리고 꼬집히고 발로 차일지언정 이 보석 같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나에게 의미가 있는 일인지 가슴 벅찬 일인지 적기로 했다.

아들아 넌 절대로 쓸모없거나 나에게 고통만을 주는 존재가 아니란다. 나에게 더 많은 웃음과 행복을 주는 존재라는 걸 항상 잊지 않고 밝게 자라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