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부모는 아이가 잘못했을 때나 뭔가 사고를 치면 내가 잘 못 가르쳐서 그런 거 같은 죄의식을 느낀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건 그런 수준의 것이 아니다.
아이들마다 조금 다르지만 탄트럼을 강하게 보이는 경우 아이에게 머리를 쥐어 뜯기고 발로 차이고 물리고 나서 허탈하게 앉아 있으면 와서 자기를 안아 달라고 한다. 부모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나의 감정을 아직 추스르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아이는 자기를 안아 주길 바란다. 부모는 그 감정을 쏟아 놓을 곳도 없고 그 괴로움을 나눌 곳도 없다, 나의 감정이 복받쳐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있고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나는 아주 운이 좋게 유모가 있으니 아이를 무시하고 나가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라면 아이를 진정시키고 나서 본인의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서 무단히 눈물을 흘려야 한다.
나를 무댕이라고 부르는 몇 안되는 친구다. ㅎㅎ
며칠 전이었다. 나랑 거의 20년 된 동갑내기 예전 직장 동료가 하나 있었는데 이제는 둘 다 그 일을 관두고 친구로 지내는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정말 신기하게도 내 주변에는 '고기능성 자폐를 갖은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이 몇 명 있는데 이 친구가 그중 한 명이다.
아이를 키우다가 힘들어서 며칠 동안 힘들었는데 내 블로그를 찾아 읽었다는 거다. 그 문자를 받는 순간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 친구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가 갔다.
나의 미래도 그 친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동질감 때문이었을까... 그 친구는 몇 번이나 자신을 나쁜 아빠라고 생각을 했을까... 그 친구는 몇 번이나 남에게 말 못 할 눈물을 흘렸을까...
당신이 힘든 거 나는 안다. 당신이 울고 싶은 거 나는 안다. 당신이 화나고 물건을 집어던지고 방방 뛰었던 거 나는 이해하고 나는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나는 이제 고작 5년뿐이라 앞으로 더 겪을 일들이 많겠지만 그래도 난 당신을 느낄 수 있다. 너무 힘들고 숨이 턱턱 막히고 모든 거 다 포기하고 싶고 정말 미쳐 버리고 싶은 거 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거는 그런 감정을 느낀다고 당신이 나쁜 부모가 절대로 아니라는 거다. 부모라면 그러면 안 돼? 아니 그럴 수 있다. 당신은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다.
내가 최선을 다했던 다하지 못했던 나는 항상 아이에게 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아마 평생을 그렇게 살지 않을까? 물론 즐거운 일도 있고 아이를 보면서 행복한 순간들도 있지만 현실은 아이와 실랑이 하고 나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는 순간이 더 많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좋은 부모, 노력하는 부모인 거다. 아이도 나도 이런 상황을 바라진 않았겠지만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이런 것일 뿐이다. 매일 무너지고 또 무너지지만 아니 그래도 난 좋은 부모이고 좋은 아빠이다.
'오늘은 글 쓰는 거 같이 해야지, 같이 책 읽어야지, 같이 고무찰흙으로 뭐 만들어 봐야지' 하다가 머리카락 뽑히고 소리 지르고 집어던지고 끝날지언정... 아니면 시작하기도 전에 끝날지언정 나는 좋은 아빠이고 당신은 좋은 부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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