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이해서 한국을 다녀왔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데리고 해외여행을 한다는 게 사실 굉장히 힘든 일 중에 하나다. 정말 모든 걸 하나 하나 안 쓸 수가 없기 때문에 많은 준비와 연습이 필요하기도 하다.
우선 아이가 장시간 비행기를 탈 수 있는가?를 고려해야 한다. 그런 면에 있어서는 우리 아이는 상당히 잘 참고 타는 편이기도 하고 아이패드로 자기가 좋아하는 교육용 게임 등을 하면서 버틸 수 있긴 있다. 하지만 아이가 커 가면서 아이는 더 다채로운 걸 원하기 시작했다.
충전기 없는 비행기는 상상도 하기 싫다.
유튜브를 보면서 영상을 바꾸길 원하기도 하고 온라인으로 접속을 해야 할 수 있는 게임을 원하기도 한다. (영상을 보는 것보다 바꾸는것에 더 흥미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차 타고 다닐 때 비슷한 상황들을 만들어 주고 지금은 인터넷이 없어서 할 수가 없다.라는 걸 수백 차례 이상 설명을 해줬다. 아들은 그럴 경우에 아이패드를 휙 던져 버리긴 하지만 이내 그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깨닫고는 조용히 아이패드를 다시 집어 든다.
두 번째 아이의 음식에 관련된 문제다. 아이가 아무 음식이나 먹을 수 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우리 아들처럼 음식을 굉장히 가리는 경우는 정말 식사 시간마다 속이 타들어 간다.
비행기를 장시간 조용히 타는 건 어느 정도 해결이 됐다 해도 비행기 안에서 먹을 음식이 없는 것은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유일하게 먹는 과자 "마리"를 한 묶음 들고 비행기를 탄다. 그리고 보딩 하기 전에 공항에 햄버거 가게가 있다면 "프렌치 프라이"도 하나 사서 탄다. 눅눅해지기 전에 빠르게 프렌치 프라이를 먹고 나중에 과자를 몇 개 집어먹으면 한 4시간 비행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여행 갈때 수십 봉지 씩 들고 간다.
비행기는 그렇다 치지만 여행 일정 내내 아이의 음식을 갖고 아이와 무한 실랑이를 하는 본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입만!! No!! 냄새만이라도 맡아봐!! No!!"
정말 배를 고프게 하면 도전은 한다. 그래서 자기가 정말 싫은 맛이나 질감 등이 아니면 꾸역 꾸역 먹기도 하는데, 우리 아들은 그럴 때마다 헛구역질을 해대면서 먹는다. 그래도 그게 어디냐. 먹긴 먹는구나...
한국 음식 중에 먹는 음식은 불고기 국물, 갈비탕, 감자국 이 세 가지는 ‘그나마 기분 내키면 아주 잘 먹는‘ 음식들이다.
이 세 가지만 갖고 여행 여정 내내 돌려먹여야 한다. 미역국 실패, 된장찌개는 어쩌다 한번... (매워서 평상시에 절대로 내지 않는 ’으어??‘ 같은 소리 내기는 하는데 어쩌다가 먹긴 먹더라...;;), 북어국 실패, 설렁탕은 먹긴 하길래 곰탕, 도가니탕, 다 돌아가면서 먹여 봤는데 김치나 다른 반찬들과 먹어야 그 맛이 나는 국들은 민숭민숭해서인지 잘 먹지 않는다. 즉 맛이 강해야 하는데 맵지는 않은? 국을 선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밥을 먹지 않을 경우는 무조건 프렌치 프라이로 끼니를 때워야 한다.
많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다른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필리핀 국내 여행을 더 선호하는 이유다. (와이프는 절대 해외로 여행을 가야 하는 사람이라 종종 의견 충돌이 생긴다.)
세 번째 화장실 사용의 문제다. 아이는 자기가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는 볼일을 잘 보지 않으려고 한다. (쉬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대략 2~3시간마다 화장실을 데려가서 세워 놓으면 되지만, 응아는 다른 문제다.) 정말 참기 어려운 순간이 아니면 아이는 이틀이던 삼일이던 참는다. 단 몇 번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변비가 없었던 아이인데 여행만 가면 변비가 생긴다.
또 동남아 화장실에는 거의 대부분 변기 옆에 비데 (한국에서는 청소용이라고 알려져 있는...)가 달려 있다. 그래서 볼일을 본 후 아이의 엉덩이를 씻기기도 정말 편하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비데는 볼 수 없고 자동 비데라도 있으면 다행인 분위기 인지라 엉덩이를 닦고 변기에 버릴 수 있는 화장실용 물티슈가 필수다.
실제로 써보면 육아 꿀템이다.
심지어 한국은 큰 아이에게 맞는 기저귀가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기저귀까지 모조리 챙겨 간다.
네 번째, 아이 생활 루틴의 변화가 너무 크다. 필리핀에서 아이는 9시에 자고 새벽 5시 4~50분에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여행을 간 1주일 내내 아이는 12시가 넘어야 자려고 했고 아침 8~9시가 되어서 일어났다. 갖고 놀 장난감이 없어서 아이패드를 끼고 살았고, 어딜 가나 유모차를 끌고 다녔다. 아이는 너무 편하고 즐겁게 자기 멋대로 살았던 것 같다. 기어이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출발 직전에 사달이 났다. 이제 모든 자유가 끝났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깨닫자 비행기를 안 타겠다고 뻗대기 시작했다. 아이는 비행기 바닥에 드러누웠고 나는 그런 아이를 꼭 끌어안고 아이에게 걷어 차이고 깨물렸다. 이미 비행기에 들어온 상황이라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와이프는 옆에서 울상이 됐고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러 온 승무원에게 “아이가 조금 전에 바로 일어나서 그렇다.”라며 변명하기 바빴다. 그렇게 한 1~20분 정도를 울었을까? 아이의 기분이 가라앉았다. 승무원들은 아이 상태를 몇 번이나 확인하고 돌아갔다. “아이가 어디 아픈 곳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죠?”라고 물어보는데 “자폐가 있습니다.”라고 대답을 할 수는 없었다.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래서 조그마하게 “네, 이제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아들의 기분이 돌변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아이패드를 같이 봤다.
착륙할 때가 되자 승무원이 내게 와서는 ”아빠가 어쩜 그렇게 살뜰하게 애를 보세요?“라고 하더라. ”애가 아빠를 좀 많이 좋아해서요.“라고 웃어 줬지만, 속으로는 ’난동 부리면 큰일 나니까요.‘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이렇게 바뀐 루틴이 아이에게 새로운 자극을 줄 때도 있지만, 기존의 모든 것을 흔들어 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평상시에 변비가 없던 아이는 집에 돌아 온지 3일 동안 화장실을 못 가고 있고, 자기가 좋아하던 음식들을 먹기를 꺼려 하기 시작했다. 프렌치 프라이? No more!! 밥? I don't wanna eat rice!! 우유? I don't wanna drink milk!!
뭔가 새로운 걸 다시 시도해야 할거 같긴 한데 솔직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얼마만큼의 시행착오를 또 거쳐야 할 것인가...
[출처] 여행인가 극기 훈련인가... (Feat. 이래서 여행이 싫다)|작성자 김치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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