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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아의 부모되기

특수 교육 학교와 일반 학교...

필리핀에는 휴교 일이 참 많다. 법정 공휴일 외에도 비가 많이 오거나 하면 무조건 휴교령이 내린다. 이걸 따갈로그 어로 "왈랑빠속" 이라고 하는데 11호 태풍이 지나가는 지금 3일째 "왈랑빠속" 중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서민들이 사는 동네는 상습 침수 구역인 경우가 많다. (우기에는 거의 매일 침수되는 지역들도 있다.) 그러면 그 동네에 사는 운전기사나 사람들이 다 출근을 못하는 거다. 그럼? 모든 게 마비되는 게 이 나라의 일상이다.

                                                           비가 많이 와서 학교나 관공서 모두 쉰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온라인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는데 가뜩이나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들은 당연히 이 온라인 수업을 정말 싫어한다.

온라인 수업 내내 나는 옆에 붙어서 자리에 앉아라 지금은 수업 시간이다를 반복해야 했다. 그러면서 다른 아이들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이건 정말... 모르겠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 아들은 '고기능성 자폐'를 갖고 있다. 특수학교에서는 상태가 "특 A 급"이란 소리다. 그런데 일반 학교로 오자 보통 아이들과 비교가 되기 시작하는 거다. 그냥 듣고 아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그 격차는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선생님과 하루 일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아이들... 내가 알아듣지 못한 선생에 말도 아이들은 알아서 반응한다.(뭐 영어니까 어쩔 수 없는 거겠지만...) 이런 곳에서 내 아들이 적응을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화면에 우리 아들이 나오면 "김치다!! 김치 방에 장난감 엄청 많다!!"라고 반겨 주는데 정작 내 아들은 화면 보기도 싫어서 드러누워서 난리다.

                                        태명이 '김치'였었는데 그 이후로 주변 모든 사람이 '김치'라고 부른다. 미안 아들아!!

우리나라에는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낫다."라는 말이 있다. 과연 둘 중에 어떤 게 아이에게 더 좋을 것인가? 지금 내 아들은 뱀의 머리에서 용의 꼬리가 되기 위해서 더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 학교를 옮긴 상황이 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이게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어 이끄는 경험은 굉장히 소중한 거니까...

하지만 우리 아들의 경우는 본인이 이끌 수 있는 게 없다. 끌려가기도 바쁘신 몸이다. 이런 경우에 아들은 끌려가면서 배우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일반 학교에서 쫓겨 나게 되면 다시 특수 학교로 돌아갈 수가 있으니까... 대기가 길어서 기다려야 한다? 그래 인생에서 1~2년이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또 별게 아닌 시간일 수도 있다. 마음을 편하게 갖자, 마음을 편하게 갖자 하면서 마음을 달래지만 일반 아이들과의 격차를 실제로 보고 피부로 느낀 후로부터는 아이한테 미안하고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 더 커졌다.

일반 학교와 특수 학교. 어느 것이 더 우월하고 어느 것이 아이에게 더 좋은 결정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특수학교 선생들은 정말 아이들과 애정을 갖고 만난다. 사실 어느 학교든 선생들은 기본적으로 아이들에게 애정을 갖고 아이들을 가르치지만 특수 학교의 경우 확연히 다르다. (한국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특수 학교 선생들은 이미 사명감을 갖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특수 학교에서 선생들을 관찰했을 때 그 불타오르는 사명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자폐를 갖은 아이들은 '안김'에서 안정감을 얻는다. 정서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안아 줌을 당할 때를 말하는 거다.

그래서 자폐아용 압박 조끼 같은 것들이 있다. 몸에 어느 정도 압박을 당할 때 행동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좀 크면 이야기는 좀 달라지지만 아직 유치원생인 아들은 선생들이 안아주길 바랄 때가 종종 있다. 특수 학교 선생들은 안아주길 주저하지 않는다. 아이는 종종 선생 무릎 위에 앉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럼 특수 학교 선생들은 우리 아들을 무릎 위에 앉혀 놓고 수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 학교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기 굉장히 힘들다. 사실 필요가 없는 거다. 말로도 모든 게 다 설명이 가능하고 아이들 설득이 가능하다.

아이들 또한 더 활기차고 선생들과 재잘 재잘 떠들고 눈을 반짝이며 선생을 쳐다보며 따라간다. 그 아이들을 보면서 내 아들이 그걸 배우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곳에 보내는 거다.

학교가 더 퀄리티 있는 수업을 한다? 이런 건 나에게 하나도 의미 없다. 그저 그곳에서 '아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는 이렇게 앉아 있구나' ,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땐 나 화장실 가고 싶어요.','사람들이랑 대화를 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것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으로 보내는 것일 뿐이다.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내 아들에게 좀 더 넓은 세상을 주고 싶은 거다.

이게 나의 욕심이라면 욕심이지만 그걸 위해서라면 내가 느끼는 좌절쯤은 별거 아니다.라고 마음을 먹으며 오늘도 온라인 수업을 참여한다.

"아들아 제발 자리에 좀 앉아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