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자폐가 있는 아이들은 뭔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 큰 소리라든지 현란한 불빛이라든지...
그래서 귀에 소리를 줄여주는 헤드폰(?)을 항상 끼고 있는 아이들을 종종 본다.
하지만 우리 아들은 소리에 민감함은 없다. 그리고 사람이 많은 곳이나 새로운 장소도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요 근래 들어 특정 상황을 싫어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큰 건물에 들어가는 것은 괜찮다. 그런데 그 건물 안에서 다른 어딘가에 들어가는 것을 종종 싫어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몰에 가는 것은 괜찮다. 그런데 몰 안에 어떤 상점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 식당에 가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는 것은 싫어한다. 뭐 이런 식이다. 화장실 가는 것도 어딘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Let's eat dinner."라는 질문에 “Let's eat."이라고 답변은 했지만 정작 가게 안에 들어갈 때는 짧지 않은 실랑이와 달램이 있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렇게 달래서 들어간 음식점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왔는데 애가 무슨 이유에서 음식이 마음에 안 들어서 밥을 안 먹는다고 뻗대기 시작하면 정말 울고 싶어지는 상황이 되는 거다.
며칠 동안 비가 와서 학교는 휴교를 했고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다. 첫날 아이는 처음 경험하는 온라인 수업에 약간의 관심을 보였지만 둘째 날이 되자 온라인 수업이 싫다면서 통제 불능이 되기 시작했다. 선생에게 양해를 구하고 카메라를 끄고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두는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수업이 싫은 5살...
이건 좀 약한 편에 속하고 일반 아이들도 갖고 있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일반 아이들의 그것보다는 아주 조금 강한(?) 반대 정도인 건데 아이는 자신의 루틴에서 벗어나는 것을 싫어한다. 옷은 왼쪽 팔이나 다리부터 입어야 한다든지, 항상 신는 신발을 신어야 한다든지, 매일 학교를 가는 길을 다른 길로 간다든지 할 때 아이는 울기 시작한다. 다행히도 이 경우는 설득이 가능한 편이다. “여기 길이 막혀서 다른 길로 갈 거야."라든지 “오늘은 주차를 다른 곳에 했으니 다른 쪽으로 가야 해."라든지... 뭐 이 정도는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다만 내가 말하는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는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So traffic" 같은 말을 따라 하기 때문에 조금은 알아듣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만 해본다.
아이가 싫다고 표현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느낀 건데 ‘이런 건 다른 아이들도 이렇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다른게 있다면 그 싫다는 표현이 좀 더 강하다는 거다. 일반적으로 아이라면 하고 싶고 아이라면 하기 싫은 것들에 대한 표현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고기능성”의 성향을 갖은 아이이기 때문에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꼭 안고 아이를 설득하면 어느 정도 설득이 된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안아서 진정을 시킬 때 조심해야 할 부분은 아이가 갑자기 힘을 쓰면 나조차도 감당 못하고 몸에 밸런스를 잃을 수 있고, 손을 자유롭게 두면 머리끄덩이를 잡힐 수 있다? 얼굴을 너무 가까이 두면 물릴 수도 있다?? 정도의 문제가 있는 거지만... (아 이 정도면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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