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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아의 부모되기

좋아 하는것은 좋고 싫어하는 것은 싫고....

활자, 색깔, 도형, 숫자.... 심지어 미국 50개 주와 주 수도를 읊조리는 노래를 외우기도 하고, ‘토마스와 친구들’ 장난감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고 나서는 거기에 나오는 수백 개의 토마스의 친구들 이름을 외운다.

피아노로 아들이 좋아하는 동요 몇 곡을 치는 것을 몇 번 보여준 적이 있다. 그게 신났는지 장난감 피아노 앞에 앉아서 수백 번 건반을 누르면서 음을 찾아내더니 기어이 혼자서 치기 시작했다. 이젠 양손으로 다 연주하고 싶어서 한 손으로는 피아노를 다른 한 손으로는 아이패드로 피아노 건반 앱을 친다.

                                                                     아들이 유일하게 타는 놀이 기구(?) 기차!!

자폐에 관한 글이나 영상들을 찾아보다 보니 ’학구적인 것‘에 매달리는 아이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딱 우리 아들이네...

정말 신기하게도 ’공부‘에 관련된 게 아니라면 별 관심이 없다. 우리가 딱히 공부를 강요하거나 강제한 적은 없지만 아이는 학구적인 것에서 헤어 나오질 못한다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 표현은 훨씬 더 명확하긴 하다. 밥과 아무것도 들어가 있지 않은 맑은 국. 프렌치프라이. 마리(비스킷) 외에 먹는 모든 것은 다 싫어한다. 좋아하다가 싫어하는 경우는 요거트와 아이스크림이 있었고 그중에 요거트는 근래 다시 먹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종종 귀엽다고 사탕이나 과자를 주지만 바닥에 드러누우면 드러눕지 절대 입에도 대지 않는다. 초콜릿이 고 뭐고 정말 애들이 좋아하는 모든 군것질거리를 먹지 않는다.

얼마 전에 그동안 유일하게 먹던 채소인 당근과 감자를 먹지 않기 시작했다. 씹지 않고 삼키다가 목에 걸려서 토한 적이 종종 있어서 인지 절대 먹으려고 하지 않아서 나와 한바탕 크게 부딪혔다. 이날은 국에 채소가 있는 것만 보고는 바로 일부러 헛구역질을 계속해서 기어이 토를 하더라. 그래서 내가 먹으라고 강한 소리와 함께 "먹어!!" 했더니 씹어서 뱉어 버리는 게 아닌가? 그래서 다시 먹으라고 했더니 밥그릇을 들어서 나에게 던지더라...

그날 저녁 시간 이후 테이블에 앉혀 놓고 4조각의 감자와 두 조각의 당근을 먹지 않으면 못 일어난다고 하자 3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테이블에 앉아 있다가 이빨 닦고 자러 갔다.

다음날 유치원에서도 국에 감자와 당근이 있자 밥을 안 먹는다고 했단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있는 학교라 학교에서 점심 식사를 제공하지만 우리 아들은 본인 도시락을 따로 싸서 다닌다.) 그리고 도시락을 고스란히 남겨서 하원을 했다. 프렌치프라이를 먹겠다고 해서 "네가 채소를 안 먹어서 못 먹어”라고 했더니 삐져서 움직이는 차 안에서 잠을 자더라. 그러고는 대망의 저녁 시간. 너 채소 다 먹어야 건강해지고 튼튼해진다고 말을 하고 밥을 먹는 걸 지켜봤다. 쌀과 국물만 떠먹고 바닥에 남아 있는 감자들과 당근 조각들... 내 눈치를 본다. 그러더니 하나씩 떠서 입에 가져간다.

그리고 오늘 다시 학교 점심시간... 밥은 먹었지만 채소는 그대로 남기고 먹었다고 한다. ”너 채소 안 먹었어?“라고 묻자 “I don't wanna vegetables."라고 대답한다. 그나마 대답이라도 하는 게 어디냐!! 이것조차 대견하다. ㅎㅎㅎㅎ (느낌을 위해서 번역이 아니라 아이의 말을 그대로 옮기기로 했다.)

너 채소 먹어야 건강하고 튼튼해져서 슈퍼맨이 되지!! 아들은 조금 고민을 해본다. (사실 아이는 슈퍼맨이 뭔지도 모르지만 며칠 전 학교에서 슈퍼맨이란 말을 배웠나 보더라. 그날은 집에 가는 차 안에서 한 시간 내내 "Daddy, superman!!"이라고 하면서 갔다.)

이윽고 "Okay"라고 답변을 한 아들... 하지만 모른다 오늘 저녁 식탁에서 무슨 일이 또 생길지....

나름 버라이어티 한 저녁 식탁이 될듯싶다.

PS. 오늘은 필리핀 소면이 들어간 국 미수아라는 음식을 먹였는데 정말 놀랍게도 국 안에 들은 "간 돼지고기, 소면 쬐금, 박"들을 다 먹었다!! 너무 이뻐서 꼭 껴안아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