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야외 활동을 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엄마를 닮았는지 ’밖에 나가는 것‘과 ’몸을 움직이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다.
필리핀은 날씨가 더워서 몰에서 노는 것이 문화같이 되어 있다. 몰에 가면 가족단위로 사람들이 항상 붐빈다. (이들은 무슨 돈으로 오는지 항상 궁금하다.) 하지만 우리 아들은 야외 활동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무조건 집에만 있으려고 한다. 동네 아이들이 밖에서 떠들면서 놀아도 절대 나가지 않는다. 아이를 밖으로 끌고 나가는 팁은 바로 집에서 최대한 심심하게 두는 거다.
아이가 충분히 심심해한다면 은근 슬쩍 물어본다. “기차 타러 갈래?”
우리 아들이 좋아하던 기차는 웬만한 몰에 가면 다 있는 50 페소짜리(1200원?) 기차인데, 요즘 들어 "기차 탈래?"라고 물어보면 "No, train" 하더라. “그럼, 키주나 갈래?” (키즈카페 중 하나다.) 그럼 신발장 앞에 서서 자기가 신을 신발을 고른다. (자기가 좋아하는 신발이 없으면 설득하는데 노력이 좀 필요하긴 하다.)
몰에 가면 좋아하는 게 볼링 구경을 잠깐 한다. 화려한 볼링공이 데굴데굴 굴러가서 짱하는 소리와 함께 넘어지는 볼링핀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이는가 보다. 자기도 볼링공을 들어 보겠다, 볼링 레인에 가서 안 넘어진 핀을 넘어 드리겠다 하는 걸 말리는 게 일이긴 하지만 좋아하니까 됐다.
언젠가는 아빠랑 같이 볼링 치자!!
그걸 조금 구경하고 나면 키즈 카페를 간다. 몇 군데를 데리고 가 봤지만, 좋아하는 곳은 “키주나” 한 군데뿐이다. 여러 가지 장난감 과일을 들고 볼핏(Ball pit)에 가서 하나씩 자르기가 주요 놀이이기 때문에 크고 미끄럼틀도 많고 트램펄린이 있는 다른 키즈 카페 따위는 관심 밖이다. 한 시간쯤 놀고 나서 “이제 나갈 시간이야”라고 하면 정말 모든 걸 딱 내려놓고 일어선다.
“더 돌아다닐래?”라고 해도 알아서 주차장으로 걸어가면서 "Time to go home."이라고 한다.
또 하나의 야외 활동은 ‘킥보드 타기’이다.
아들이 하는 유일한 운동이다. 아들이 아주 아기였을 때부터 나는 아들의 유모차를 끌고 대략 2.5킬로 정도 동네를 걸었다. 아이가 점점 크면서 나는 운동이 부족한 아이가 같이 걷기를 바랐지만 아이는 '내가 유모차에 타고 광합성을 하는 것만으로도 너에게 큰 은총을 내려 주는 것이다.'라는 거만한 느낌으로 "Daddy, stroller!!"를 말했다.
그래 그게 어디냐.. 하며 유모차를 밀었다. 아이가 좀 더 흥미가 있을 게 뭘까? 해서 두 살 때부터 가르친 게 킥보드였다. 한 2년쯤 타는 법을 가르쳤을까? 하루는 아이가 킥보드를 끌고 집 밖을 나섰다. 하지만 아이는 타지는 못하고 그냥 밀고 달렸다. (오 엄청난 운동이다!!) 그걸 며칠을 하더니만 조금씩 타려고 노력을 하더라. 달리는 것보단 편할 테니까...
동네에서 우리는 굉장히 유명하다. 첫 번째로 이 동네에 한국 사람은 나 혼자뿐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유모가 아닌 아빠가 유모차를 밀고 도는 게 뭔가 유니크한 광경인 거다. 동네 사람들은 내가 아들과 지나갈 때마다 "유모는 어디 있어요?"라고 묻고 난 "아들이 유모를 싫어해요."라고 대답했다. 신기하게도 유모랑 같이 나가는 날은 0%에 가깝다. 무조건 아빠...
아이가 처음 킥보드를 스스로 밀면서 유모들이 모여 수다를 떨고 있는 곳을 지나갈 때 유모들이 엄청나게 환호를 해줬다. 내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얼마나 많은 날을 아이와 같이 동네를 돌았는지 아는 이들이다.
이제는 종종 비 오는 날 집에서 할 일이 없어 면 굳이 나가서 타겠다고 땡깡을 부리기도 한다. 그냥 말 그대도 '그러기도' 한다. 그것 외에는 전혀 야외 활동은 없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변화 무쌍한 날씨와 아이가 밖을 나가고 싶은 상황이 맞아 들어가서 실제로 밖에 나가는 날은 정말 손에 꽂을 만큼 많지 않다는 거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만은 없으니 매일 도전을 한다. 먹힐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는 거지만 되도록이면 먹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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