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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아의 부모되기

루틴 만들기와 루틴 없애기...

늘도 가슴 아픈 일이 있어 혼자 떠드는 유튜브 편집을 재껴두고 반성(?) 일기를 먼저 쓴다.

요즘 들어 내 아들 김치가 집중하는 것은 '문 닫기'이다.

아... 이게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매번 모든 문을 다 닫으려고 하다 보니 은근 스트레스가 되는 거다.

예를 들자면 집에 있는 문은 괜찮다. 닫을 수 있다. 그런데 백화점이나 학교에서도 모든 문을 본인이 닫으려고 하는 건 쉽지 않다는 거다.

간단하게 닫을 수 있는 방문 (아들이 브라운 도어라고 부른다.)

또 하나 집중하는 건 '쓰레기 버리기'이다. 본인 말고 다른 사람이 버리기라도 하면 울고 난리가 난다. 하지만 정말 문제가 되는 건 본인이 '다시' 버리기 위해서 쓰레기통을 뒤질 때 생기는 거다. 심지어 화장실에서 아빠가 볼일을 보더라도 앞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그 화장지를 본인이 버리려고 한다는 거다. 오늘 아침에도 아빠가 화장실에 버린 휴지를 다시 꺼내려고 하다가 나에게 크게 혼이 났다.

아이가 자기 기저귀와 잠옷을 넣어야만 하는 휴지통과 빨래 바구니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본인들의 루틴을 만들고 또 잊어 먹으면서 성장을 한다. 그런데 부모는 그 만들어지고 없어지는 서클을 얼마큼 이해할 수 있는가가 아이와 주요 쟁점이 되는 거다.

어제까지 보라카이에서 즐거운(?) 수영 시간을 가졌던 아이는 오늘 새벽 4시 반에 일어났다. 그러고는 대략 20분 정도 침대에서 뒹굴 거리다가 학교에 가기 위해서 일어나야만 했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교복을 입기 시작하자 교복이 아닌 체육복을 입겠다고 칭얼대기 시작했고, 변기에 본인이 휴지를 버리지 못했다고 기어이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를 달래 보고 달래 봤지만 아이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아빠 옷 갈아입어야 하는데... 옷 갈아입어도 될까?"

"You don't"

"아빠 잠옷을 입고 학교에 갈 수 없는데?"

"You don't!!"

아이는 단호했다. 그렇게 실랑이를 조금 하자 나의 인내심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고 기어이 나는 '징벌적 의미'로 갈아입을 옷을 꺼낸 옷장을 내가 닫아 버렸다. 아이는 본인이 닫지 못한 옷장 문과 아빠를 번갈아 바라보며 엉엉 울기 시작했다. 아이의 눈물을 닦은 물티슈도 내가 쓰레기통에 버렸다. 평상시에 아이가 끄던 에어컨도 아빠가 껐고 차를 타기 위해서 방에서 내려가는 계단에서 아빠에게 시키는 미끄럼틀 놀이나 모든 걸 다 못하게 했다.

아이가 유일하게 두려워하면서도 가장 좋아하는 아빠가 화를 내자 아이는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울면서 꾸역 꾸역 따라왔다.

학교 가는 차 안에서 아이는 진정을 했고 더 이상 울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아이를 교실로 들여보내고 나서 다른 학부형들과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잠시 했다.

그 중에 아이를 4명을 키우는 애 엄마가 "우리 애들도 그래. 그때는 다 그렇지."라는 말을 했다.

나는 쇠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그래 이때는 다 이런 거야. 우리 아이가 도움이 필요한 아이라서 특출나게 그러는 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고 내가 아이에게 한 행동들이 얼마나 창피한 일이었고 비겁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지만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은 정확한 루틴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아이들은 조금 더 자라서 혼자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을 무렵이 찾아오지만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은 그게 안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어나서 이를 닦는다든지, 샤워를 할 때 이렇게 저렇게 씻는다든지...

그래 안 올 수도 있지. 그런데 혼자 판단하고 혼자 할 수 있는 순간이 올 수도 있는 거다. 하지만 내가 한 행동은 그런 순간이 오지 않을 것을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는 거다. 물론 내가 아이에 대해서 제일 잘 아는 사람인 건 맞다. 아이의 다른 행동을 봤을 때 아이가 이런 걸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내 아이의 한계를 내가 정해 버린 상황이란 걸 깨닫자 나는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너무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학교에 뛰어 들어가서 아이를 안아주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루 종일 하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정말 잘못된 일은 바로잡아야 하고 훈육하고 고쳐야 하는 건 맞다. 특히나 남에게 불편함을 끼치는 일들은 단호하게 못하게 해야 하는 게 맞지만 '방문 닫기'나 '쓰레기 버리기' '변기 물 내리기' 이런 건 얼마든지 집에서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게다가 이게 평생을 갈지 아닐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인데 내가 너무 앞서 나갔다는 반성... 그걸 애 보는 앞에서 잔인하게 내가 해버린 그 유치한 보복...

 

나를 보면 정말 아무 조건 없이 강아지처럼 좋아하는 우리 아들에게 슬픔을 준 기분이라 하루가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 그러면서 또 한 번 깨닫는다. 부모도 부모가 되는 건 처음 겪는 일들이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하는 존재라는걸....

이따가 아들의 학교가 끝나면 아들이 하고 싶은 일들은 웬만하면 다 하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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